
게다가 하루에 세 개씩 일주일만 먹으면 급성 영양실조를 회복할 정도로 효과가 좋고, 값도 개당 몇 백원을 넘지 않을 정도로 저렴하다. 그렇다보니 굶주림과 영양실조에 대한 관심과 도움을 촉구하는 캠페인에서 '아이들을 위해 플럼피너트를 기부'해 달라는 게 단골 아이템이 된다.
요즘은 일 때문에 굶주림과 영양실조에 대한 자료를 많이 읽는다. 그러다보니 플럼피너트를 긴급구호나 만성 영양실조 지역에 전해주는 국제구호 NGO들의 활동도 많이 접하는데, 그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플럼피너트를 비행기와 트럭으로 외진 지역까지 운송하는 장면(사진)이다.


실제로 국제구호개발 NGO가 보급하는 바로 먹을 수 있는 치료식 (Ready to use therapeutic foods, RUTFs)의 대부분은 미국과 유럽에서 생산되어 수출된다. 예를 들어, 매년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RUTFs의 70% 정도를 구매하는 유니세프의 경우, 전체 물량의 3분의 2를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조달한다. 2010년에는 전체 123만 상자 가운데 930,000 상자를 프랑스와 미국에서 조달했다.
반면 플럼피너트를 개발도상국 현지에서 생산하려는 몇몇 움직임도 눈에 띈다. 2006년 이후 안정적으로 식량을 생산하고 있는 말라위에서는 Afri-Nut Company가 플럼피너트를 생산해 인근 잠비아 등에 수출하며, 폴 파머가 아이티에서 운영하는 '건강을 위한 파트너들' 또한 2006년부터 지역의 농부들과 팀을 이뤄 플럼피너트를 생산하고 있다.
말라위 등에 생산 시설을 둔 영양개선을 위해 활동하는 NGO인 Valid Nutrition도 눈에 띈다. 1985년부터 병원과 전문 의료진이 부족한 곳에서 지역 커뮤니티에 기반한 영양개선 프로그램을 운영해 온 이 단체는, 최근에는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아쇼카재단 등의 지원을 받아 플럼피너트를 아프리카 현지에서 생산한다 [1]말라위 최대 농업 협동조합인 말라위의 소농민 연합 (National Smallholder Farmer's Association of Malawi, NASFAM)과 함께 Mchinji 지역을 중심으로 소농들을 결합해 땅콩 등의 견과류를 생산하는 공급체인을 만들고, 이를 지역의 공장에서 가공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 제품을 판매해 생긴 수입은 지역 개발 사업 및 생산 시설 확충에 고스란히 다시 투자한다.
이 공장은 유니세프의 시설 인증을 받고 연간 2,000 MT의 플럼피너트를 생산해서 유니세프나 Concern Worldwide 등의 NGO에 납품하거나 인근 잠비아 등에 수출하는데, 불가피하게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분유 등을 빼면 재료의 75%를 말라위 내에서 조달한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의 빈곤완화 효과는 지역 소농민 협동조합을 통한 모델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NASFAM은 담배잎을 생산하는 말라위 소농들의 시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USAID의 지원으로 1995년에 설립된 단체인데, 2000년 이후 세계 시장에서 담배잎 가격이 폭락하면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소농들이 늘어나자 담배 외에도 옥수수, 땅콩, 쌀, 콩, 깨 등으로 재배 작물을 다각화하는 데 활동을 초점을 두어 왔다. Valid Nutrition은 이런 움직임에 맞춰 NASFAM에 소농이 참여하는 공급사슬을 만들어 줄 것을 요청했고, 그 결과 NASFAM의 Mchinji 지역 조합원인 6천 여명의 소농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가디언이 보도한 유니세프의 2010년 리포트에 따르면 Vaild Nutrition을 포함해 개발도상국 9개 지역에서 지역 공장 인증을 통해 유니세프가 조달할 수 있는 플럼피너트의 양은 연간 40,000 MT 정도라고 한다. 제품의 질을 담보하는 한편 분유 등 수입 원료의 공급을 개선해야 하고 규모를 늘려 생산비용을 낮춰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정작 문제는 기술이 아닌 기존의 식량원조 (food aid) 시스템이다. 아프리카 지역에서 생산된 다른 농산물과 마찬가지로, Valid Nutrition의 플럼피너트 역시 선진국의 식량원조를 통해 쏟져들어오는 값싼 플럼피너트와 가격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예로 2011년 9월 미국 국제개발처(USAID)는 미국의 3대 땅콩 생산 및 가공 회사인 Edesia, Tabatchnik Fine Foods, MANA Nutrition 등이 주축이 된 미 땅콩협회(the American Peanut Council)와 손잡고 거급된 가뭄 등으로 식량위기를 겪고 있는 동아프리카 지역을 돕기 위해 연간 $4.4m 치료식 (Ready to use therapeutic foods, RUTFs)을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2년전 거의 제로에 가까웠던 RUTFs 생산량을 연간 40,000 MT까지 늘리겠다는 것인데 이는 유니세프가 인증한 개발도상국 9개 공장에서 생산하는 플럼피너트의 총량과 맞먹는 숫자다 [2].
현재 아프리카 지역 내의 RUTFs 생산 역량만으로는 긴급구호나 만성 영양실조에 따른 치료식 수요를 모두 충당할 수 없다. 하지만 식량원조의 일환인 치료식이 지역 내에서 보다 많이 생산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지역의 소농을 결합하고 이들에게 농산품 가공과 관련한 일자리와 안정적인 시장 접근성을 보장하는 일은 긴급구호를 넘어 굶주림의 근본 원인을 줄이는 개발활동이 된다. 플럼피너트를 받기 위해 지역 보건소 앞에 긴 줄을 선 바로 그 사람들이 바로 소농이기 때문이다.
해마다 굶주림과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기부금을 모으고, 수백 만 개의 플럼피너트를 아이들에게 전해주는 일을 하면서도 정작 그런 상황이 왜 해마다 거듭해서 벌어지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이야기하지 않는다. 상황의 급박함만을 강조하다보니 시야가 좁아진다.
[1] http://validnutrition.org/
[2] http://www.guardian.co.uk/global-development/poverty-matters/2011/dec/20/therapeutic-food-famine-relief-afr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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