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의외로 멋지다

www.povertymatters.net

방명록


fb_page5


Rethingking 적정기술과 사회적기업 (2) - 누구를 위해 무엇을 목표로 하는가 적정기술

[관련글] Rethingking 적정기술과 사회적기업 (1) - 적절한 입구일까?

영화 [맨발의 꿈]. 사업에 연이어 실패하고 사기꾼 소리까지 듣게 된 전직 프로축구 선수 원광은 커피 사업으로 모든 걸 만회해보려는 기대를 안고 동티모르에 도착한다. 하지만 커피 사업은 여의치 않고, 돈이 될만한 다른 일도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틈만 나면 맨발로 공을 차며 뛰노는 아이들. 그는 그 길로 신생 독립국 동티모르 최초의 스포츠 용품점을 차린다.

하지만 손님이 있을리 없다. 마땅한 산업도 일자리도 없는 나라에서 아이에게 60달러짜리 나이키 운동화(모조품이다)를 선뜻 사줄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그래서 궁여지책 그가 생각해 낸 것이 외상으로 아이들에게 축구화를 팔고 하루에 1달러씩 수금하는 방식.'돈이 없다고 꿈까지 가난해서야 되겠는가, 가난한 집의 아이들도 최고의 운동화를 신고 뛰며 최고의 축구 선수가 되기를 꿈꿀 수 있어야 한다. 하루에 1달러씩 두 달만 갚으면 된다. 할부이니 할인은 못 해주지만 어쨌튼 신용을 준 것이고 기회를 주는 것이다.' 어딘가 익숙한 내러티브.

아이들은 빛나는 축구화를 지키기 위해 학교에 가는 대신 구걸을 하고, 끼니를 거르고, 거리에서 물건을 판다. 동네 주민들이 보기에는 '사기' 이지만, 그에게는 '사업'이다 (이하 영화 줄거리는 그렇게 시작한 축구가 희망이 되어 아이들의 인생도, 원광의 삶도 바꿔 놓는다는 얘기. 1달러 할부 사업의 '고객' 이던 아이들이 동티모르 유소년대표팀의 선수가 되어, 신생 독립국에 사상 첫 국제대회 우승컵을 안긴다.)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H님이 대뜸 "그거 사회적기업 아냐?" 라고 했다. 그리고는 같이 한참을 웃었다. "우리가 미쳤구나."

그런데 조금 더 들여다보면 여기에는 몇 가지 재밌는 이야기가 있다. 하나, 개발도상국 현지에서 특히 빈곤층을 대상으로 할때 어떤 기업이 '사회적 기업'인지 아닌지는 철저하게 현지의 맥락에서 결정된다. 외부인이 보이게 사회적기업인 것도 현지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을 상대로 돈을 벌어보려는 외부인이 세운 그냥 기업일 수 있다. 둘째, 결국 빈곤층 고객에게 무엇을 전해줄 수 있는지가, 어떤 베네핏을 약속하는지가 관건이다. 그리고 그 가치는 다른 무엇보다 '소득증대'여야 현지에서 받아들여 질 가능성이 높다. 셋째, 사회적기업은 극빈곤층 (the poorest of the poor)나 빈곤층 (the poor)보다는 그보다는 좀 더 나은 (the better off but not wealthy)를 고객으로 하게 된다. 이것이 NGO식 접근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빈곤층을 나누는 기준은 하루 1.25$ 의 빈곤선이 아니라 지역의 사정에 맞춰 달라질 것이다. 

적정기술을 활용한 한 사회적기업이 연료 효율형 스토브를 보급하려고 한다. 효율형 스토브를 쓰면 연료 효율이 높아져 나무를 구입하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나무 땔감을 줍는 데 쓰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실내 공기 오염으로 인한 실명, 호흡기 질환도 줄어든다. 경제적 파생효과는 계산기 두드리면 나온다. 나무 땔깜 줄여서 아낀 시간 곱하기 시간당 임금. 만일 일자리가 있다면 말이다.스토보를 더 빨리 더 많이 보급하기 위해서 시장에서 판매하며 지역 상인에게 인센티브를 준다. 빈곤층 고객에게는 구입 보조금을 주는데, 이 금액은 나무 땔감 사용을 줄이는 데 관심이 있는 선진국의 환경보존 단체나 여성의 가사 부담을 줄이고 경제 참여를 늘리는 데 관심이 있는 개발NGO에서 지원한다. 이 모델은 궁극적으로 보조금 없이도 지속가능하다. 시장을 통하기 때문에.

이 내러티브는 최근에 생겨난 게 아니다. 80년대에도 90년대에도 있었고, 많은 개발 NGO가 시도했으며 일부는 실패했다.1990년대 초 방글라데시. 이때는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을 주창한 브룬트란트 보고서(1987)가 채택된 직후로 환경보존, 경제성장, 인간개발을 동시에 추구해야만 하고 할수도 있다는 낙관이 서구 개발기관을 사로잡고 있던 시기였다. 나라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가정용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77 퍼센트이고, 다시 가정용 에너지 소비의 82퍼센트를 나무 땔감(잔가지나 토막), 농업부산물 바이오메스 등에 의존하는 방글라데시는 좋은 케이스가 됐다. 에너지 효율형 스트보를 보급하면 가정용 에너지 소비를 줄여 가정경제에 기여할 수 있고, 여성들의 권리를 높이며, 나무 땔깜 사용을 줄여 사막화를 막을 수 있다는 시나리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현지 빈곤층 여성들의 반대에 부딪쳤다. 환경보존에 대한 NGO들의 열망은 반영된 반면, 생계 개선에 대한 현지 여성들의 바람은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던 것. 당시 극빈곤층 (the poorest of the poor)의 가계 지출에는 애초에 연료비 항목이 없었다. 그들은 떨어진 나무 잔가지를 주워서 연료로 썼다. 나무 소유권이 없어서 나무를 잘라다 토막을 내어 쓰지는 못했다. 그런데 NGO들이 나뭇가지를 줍던 산의 출입을 제한하고는 그 대책으로 (나무 토막을 연료를 써야하는) 연료 효율형 스토브를 싼 값에 배급했다. 환경보존이 이유였지만 극빈곤층 여성들 입장에서는 새로 스토브를 갖춰야 했고, 전에는 공짜로 구하던 나무 잔가지대신 (규격화 된) 나무땔감을 시장에서 매번 사야하는 상황이 생긴 것이다.화구가 한 개인 스토브의 가격은 보조금을 받아 5파운드 정도로 맞춰졌고 할부도 가능했지만 하루에 30 센트를 저축하기 어려운 상황의 빈곤층에게는 이 역시 큰 부담이었다. 나뭇가지를 줍지 않으니 가사 부담 시간을 줄일 수 있었지만 그 시간을 채울 일자리가 없었다. 에너지 스토브를 보급하는 소매상이 되려면 보증금이 필요했는데 극빈곤층 대부분은 그럴 돈이나 신용이 없었다. 에너지 효율성 스토브 보급 프로젝트의 혜택은 빈곤층이 아닌 그보다는 경제적으로 좀더 사정이 나은 사람들에게 돌아갔다.

다른 적정기술 사회적기업 모델. 요즘 특히 주목을 받는 폴 폴락의 IDE나, 원에이커펀드, 킥스타트를 보자. 이들이 판매하는 것은 주로 농업 관련 기술과 기계고, 이들이 약속하는 것은 '소득증대'다. 이들은 특정 부분 (이를 테면 연료비)의 지출을 줄여주는 것을 약속하는 대신, 소득을 늘려 빈곤에서 벗어나도록 한다는 약속을 한다. 그것이 사업이 지속될 수 있는 이유다. 소득을 약속하니 고객이 있는 것이고, 신용도 할부도 가능한 것이다.예를 들면 IDE는 개발도상국 빈곤층 70%를 차지하는 소작농들에 초점을 맞춰 이들이 지역의 재료를 써서 직접 만들 수 있는 관개시설을 개발하고 교육한다. 킥스타는 2010년까지 아프리카 지역에서 소형 펌프를 최소 US10달러인 '머니메이커'를 15만 개 넘게 보급했다. 이들은 고객에서 투자 대비 1.15배의 수익을 약속했다 (참고; 적정기술 사회적기업 킥스타트 손익분기점).
반면 물을 긷는 시간과 수고를 줄여주는 큐드럼이나 휴대용 정수가 라이프스트로우가 우리에게는 신선한 '적정'기술이겠지만, 그것으로 개발도상국 현지에서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기부나 기업 후원 유엔 기구 조달 등을 통해 보급 되어야 하는데 이때는 질문이 달라진다. 이 적정기술이 현지에서 적정한가 뿐만이 아니라, 다른 기부 방법 (다른 방식의 정수기나 집수기)보다 더 효율적이고 (가격 대비) 효과적인가를 개발도상국 빈곤층의 입장에서 물어야 한다. 비교 대상이 달라지는 것이다.

적정기술 자체도, 적정기술을 보급하는 사회적기업도 기부도 모두 가능하다. 문제는 어떤 상황에서 무엇이 최선인지를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첫째, 이는 타겟팅의 문제다. 극빈곤층 (the poorest of the poor), 빈곤층 (the poor), 그보다는 좀 더 나은 (the better off but not wealthy) 사람들 가운데 어느 그룹에게 혜택이 최대한으로 가도록 할 것인가를 먼저 정하고, 이를 위한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다. 무상보급인지 시장을 통한 보급인지 NGO인지 사회적기업인지가 여기서 결정된다. 킥스타트 머니 펌프의 최저 가격은 가가격 보조금을 받을때 2010년 기준 US10달러, 이들이 추산한 한 가정(5인)이 빈곤에서 벗어나는 데 드는 비용은 US300$다. 극빈곤층이 이를 부담하기는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둘째, 이는 프로그램 목적의 문제다. 휴대용 정수기를 보급하거나 물 긷는 수고를 덜어주는 것의 일차적 목표는 빈곤으로 인한 고통을 완화(alleviation)하는 것이고 그것은 구호(relief)에 가깝다. 소득을 높여줄 수 있는 농기계를 보급하는 것은 빈곤을 줄이고(reduction) 생계를 강화하도록 하는 것이고 그것은 좀더 장기적인 개발(development)에 가깝다.

현실에서는 둘 사이의 구분이 선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두 가지의 목표가 동시에 모든 카테고리의 빈곤층에게 적용될 수 있지만 지만, 그럼에도 프로그램 기획 단계에서부터 이 구분은 필요하다. 그래야 동티모르의 빈곤한 아이들에게 축구화를 할부로 팔아 학교에 가는 대신 구걸을 하게 만드는 식의 실수를 피할 수 있다. 그래야 가야할 길을 잃지 않는다. 긴급구호에서 개발로 나아가는 길이 열린다.

* 방글라데시 사례는 Mannan, M (1996) 'Women targeted and women negrated; An aspect of the enviornmental movement on Bangladesh', Development in Practice, 6(2), pp 113-120에서 참고.

공유하기 버튼

 
 

트랙백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TrackbackURL : http://www.povertymatters.net/tb/5515377 [도움말]

핑백

덧글

  • 뮤츄 2011/07/16 21:11 # 삭제 답글

    그래서 스토브가 안 된 거군요. 잘 봤습니다. 역시 사회란건 여러가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네요. 확실히 라이프스트로같은 경우는 오히려 선진국에서 비상용으로 사는것 같습니다.
  • Dawn 2011/07/31 04:17 # 답글

    실제로 현장에 가 보면요 (저야 남미나 동남아시아 정도지만) 예를 들어 solar pannel 같은 경우. 인도에서는 성공했다고 하지만 남미는 비용 때문에 웬만한 큰 donor 낀 프로젝트가 아니면 힘들더라구요. 고산지대에 사는 제 친구네 마을은 케이블이 거기까지 (해발 4천미터) 안 올라가서 전체 마을이 solar pannel에 의존해서 전기를 생산하고, 그걸로 인터넷을 하고 (컴퓨터는 한대지만) 라디오를 듣고들 하는데...그건 정말 이 마을이 월드뱅크나 IMF 등에서 펀드를 받는 기관을 끼고 있어서 가능한거구요. 말이 일인당 150불이지. 이 친구들은 가정당 (4-8명) 월 소득이 최하 15불에서 최대 150불 정도? 인데...(better off....한 가정들이)... 저도 적정기술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말씀하신 대로 시장의 기능이나 단순 보조로는 해결 안되는 부분이 많은 듯. 문화적으로 받아들여져야 하는 기술이어야 하는 동시에 그들의 선호도에 따라 사용할 수 있고 사용 되어 질 수 있는 기술이어야 하는데... 아직도 선진국 위주의 사고가 지배적인 것 같아요. 제 친구들은 자전거나 차가 있어도 4천 몇백 미터에서 3천 미터로 뛰어 내려오는 걸 선호하더라구요. 하하..저도 덕분에 부서진 무릎으로 7-8km를 수직으로 올라 왔다 내려왔다 했답니다.
  • cklist 2011/07/31 13:38 #

    네, 저도... 그래서 적정기술이 '내부에서' 개발되고 보급되는 방법에 관심이 가요. '외부' 사람들은 '다만' 그런 노력들을 거들어야죠...적정기술과 국제개발 관련해서는 기술 자체보다는 기술이 확산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져야 한다고 보는데, 그리고 그 방향은 '내부에서부터'여야 하는 것 같은데.. 요즘 얘긴 좀 다르죠;;
  • emma 2011/11/25 19:06 # 삭제 답글


    라이프스트로우가 비소도 정화시켜주나요?
댓글 입력 영역



FACEBOOK



트위터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