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의 기업, 정부, 비영리단체 등이 인도, 우간다 등의 개발도상국에서 진행한 탄소상쇄 프로젝트를 비판하는 글을 읽다가,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권 시장의 기본 개념을 정리할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 <공기를 팝니다>에 부록으로 실린 녹색연합 이유진 씨의 '한국의 탄소시장과 탄소중립'과 산은경제연구소 박형근 씨의 보고서 '자발적 탄소 시장 현황 및 국내 시장 활성화 방안'을 참고했다. 아래는 그 내용.
인류가 기후변화를 막는 방법으로 선택한 것 중에 하나는 '시장'을 활용하는 것이다. 1997년 교토 의정서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권을 사고파는 시장이 탄생했다. 탄소 거래 방식에는 크게 총량 거래Cap and Trade와 탄소 상쇄 방식이 있고, 탄소 시장에는 크게 '강제적 시장'과 '자발적 시장'이 있다.
총량거래는 세계적, 국가적, 지역적 차원에서 온실가스 배출 총량을 정하고 배출 한도를 할당한 뒤 잉여분이나 부족분을 거래하는 제도고, 탄소 상쇄는 국가와 기업, 개인이 탄소 배출을 직접 줄이는 대신에 탄소 감축 프로젝트에 투자해, 여기에서 줄어든 양을 자신의 감축량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탄소 시장에도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교토 의정서에 따라 형성된 강제시장이다. 유럽연합과 일본처럼 교토 의정서 비준 국가들이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고 운영한다. 배출권거래제는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있는 국가가 배출량을 할당받은 뒤, 국가 간에 잉여분과 부족분을 사고팔아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또 교토 의정서 부속서1 국가들은 선진국끼리 온실가스를 줄이는 기술을 교환하고(공동 이행 제도 JI, Joint Implementation),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서 온실가스를 줄인 만큼 감축분으로 인정받을 수도 있다(청정개발체제CDM, Clean Development Mechanism).
<그림. 강제시장에서의 탄소 배출권거래>

그 뒤 '독자적 CDM (Unilateral CDM)' 방식이 통과되면서, 개발도상국이 스스로 온실가스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온실가스를 줄인 만큼 감축분을 팔 수 있는 제도도 마련됐다. 의무 감축 국가에 속하지 않는 한국은 독자적CDM 방식으로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진행하여 감축량을 인정 받는다.
현존하는 가장 큰 강제적 시장인 유럽연합 배출권거래소는 2005년 4월에 문을 열었다. 유럽의 각 국가는 할당량을 스스로 결정하고, 기업에 배출권을 무료로 나눠줬다. 유럽기후거래소는 2005년 4월 문을 연 뒤 20억 톤의 온실가스 배출권을 사고팔았고, 거래 액수로만 연간 50조원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세계탄소시장은 2006년 312억 달러에서 2007년 641억 달러, 2008년 1263억 달러, 그리고 2010년에 1500달러에 이를 정도로, 해마다 두 배 이상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점도 많이 드러났다. 탄소 가격 변동이 무척 심했다. 처음 거래가 시작됐을 때 1톤 당 무려 31유로(약 5만원)까지 치솟던 것이 나중에는 가격이 너무 떨어져서 0.01유로(약 15원)까지 폭락하기도 했다. 각국이 배출권을 지나치게 많이 할당해 배출권에 여유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케빈 스미스는 유럽연합 할당량 거래 시장에서 영국 정부가 기업에게 배출량 한도를 지나치게 많이 주는 바람에 오히려 석탄 화력발전소 업자들이 남은 할당량을 탄소시장에 팔아서 수익을 올리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주장한다.
연구자들은 2005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배출권거래시장 도입 전과 비교해 7퍼센트 정도 줄었다고 보고했다. 그러내 앤서니 기든스는 <기후변화의 정치학>에서 이런 성과는 회원국들이 기존의 탄소 배출량을 과장했기 때문에 나온 결과라고 지적한다. 유럽위원회는 1단계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 배출량을 중앙에서 나눠주고, 할당량의 60퍼센트 이상을 경매에 붙이고, 항공 부분도 포함하는 개선 방안을 내놓은 상태다. 2차 운영 기간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고, 2005년 대비 7퍼센트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점은 많다. 과잉 할당으로 온실가스 배출 기업들이 초과 수익을 가져갈 수 있고, 가격 변동이 크며, 금융투기가 나타날 가능성이 많다.
또 다른 시장은 자발적 탄소 시장이다. 교토의정서에 따르면 이는 의무감축과 상관없는 시장으로, 미국(교토의정서에 비준하지 않은)과 한국(교토의정서에서 강제감축 대상 국가가 아닌)처럼 국가나 지방 정부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탄소 상쇄1) 나 탄소 중립2) 프로그램을 운영해 거래하는 시장이다. 자발적 탄소시장의 탄생은 미국의 전력회사인 AES Corp.가 1989년에 과테말라 산림농업 사업에 투자한 자발적 탄소 상쇄 프로젝트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회사는 전력발생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상쇄하기 위해 콰테말라 농부들이 5천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데 투자했다.

CCX를 통해 탄소 배출권을 거래하는 기업이나 기관들은 조림사업, 태앵력, 수력, 바이오연료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으로 통해 탄소배출권을 확보한다.
CCX를 제외한, 자발적 탄소시장 내 대표적인 구매자로는 기업, 기관, 개인이 있고, 최근에는 국제행사의 조직위원회도 행사 홍보와 환경보호를 목적으로 배출권을 구매한다. 개인이 출근시 자가용 이용을 통해 배출되는 탄소를 상쇄하기 위해 배출권을 구입하거나, 항공사, 자동차회사, 정유회사 등이 운영중 발생하는 탄소를 상쇄하거나 고객의 탄소배출을 대신 상쇄하기 위해 배출권을 구매하는 식이다. 이들은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을 내세우며, 탄소상쇄를 마케팅의 한 방법으로도 사용한다.
법적구속력이 없는 자발적 탄소 배출권은 당사자 간 장외거래(OTC, over-the-counter)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를 탄소배출권 혹은 탄소상쇄 소비자들과 개발도상국 등에서 진행되는 탄소상쇄 프로젝트를 중개하는 회사들이 판매채널로 기능한다. 영국의 클라이미트캐어, 카본뉴트럴컴퍼니, 카본클리어 같은 탄소상쇄 회사들이 대표적이다.
이들 회사는 각기의 방법으로 탄소계산기를 통해 배출 탄소를 계산한 뒤 이를 '중립화'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석유화사나 항공사들은 종종 이런 회사를 통해 자신의 탄소 배출 활동을 '그린워싱' 한다. 기후변화를 걱정하는 승객들을 위한 탄소 상쇄 비행 상품을 마련하고, 여기서 얻은 수익의 일부를 개발도상국의 산림을 조성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식이다. 이런 방식은 산림조성의 탄소상쇄 효과에 대한 논쟁을 따로 치더라도, 기업이 져야할 책임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행위라는 비판이 따른다.
장외파생상품 상쇄 시장에 대한 비판은 매우 냉혹하다. 많은 프로젝트들이 어떠한 방식이든 규제를 제대로 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탄소상쇄가 온실효과 감축에 기여하는지에 대한 수많은 논쟁을 별개로 하더라도, 탄소 계산하는 방식에 대한 지적과 거래 가격의 합당함에 대한 문제제기도 많다.
예를 들어, 많은 인기 있는 프로그램들은 산림 조성 사업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런 프로그램이 가뭄과 홍수로 다양하게 변하는 탄소 비율을 어떻게 나무들이 책임질 수 있는가의 문제를 별도로 하더라도, 특히 기후변화와 관련해 대중의 '참여 방식'을 왜곡시킨다는 점에서 비판 받는다.
유명 록스타가 해외 공연을 다니면서 발생시킨 탄소를 상쇄하기 위해 공연 수익금의 일부를 나무심기 프로젝트에 기부하는 탄소 마케팅을 생각해보자. 이런 스타 마케팅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시민의 역할을 상품을 선택하는 소비자로 제한시키고 왜곡한다. 이렇게 기후변화에 문제가 탄소상쇄의 문제로 좁아지고, 개인화, 상품화되면 이에 대응하기 위해 반드시 생활방식의 변화가 간과되고, 정치적 공론의 장이 좁아진다.
뿐만 아니라 탄소상쇄를 위해 선진국들의 벌이는 대규모 산림조성은 그 무대가 되는 개발도상국의 지역 주민들에게도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 산림 플랜테이 진행되는 지역에서 가난한 사람들은 거대한 수목사업 때문에 물 공급이 줄어들어 농사에 실패하거고, 땅을 헐값에 빼앗기고 도시로 밀려난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시장 메커니즘을 이용하는 것이 지역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는 단체들은, 이런 상황을 두고 '탄소 식민주의'라며 비판한다.
강제시장이든 자발적 시장이든, 탄소 시장의 존재 이유는 이산화탄소 감축이다. 그러나 그 성과를 평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 부분이 가장 논쟁이 되는 지점이다. 자발적 시장에서 배출권을 사는 사람들은 모두 자기나 낸 돈으로 탄소가 확실히 줄어들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한다. 탄소 시장에서는 탄소 상쇄 사업을 하지 않았을 경우에 발생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으로 설정하고, 그 기준에서 줄어든 양을 계산하는 데, 이 기준을 어떻게 정하는가에 따라 줄어든 양의 차이가 무척 크다. 따라서 시장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이 과연 바람직한 일인가에 대하는 논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카본트레이트워치'와 기후 정의를 위한 더반 네크워크Durban Network for Climate Justice는 효과가 명확치 않다는 이유로 탄소시장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고, 유럽의 배출권거래제 2라운드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09년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는 합의하지 못했지만, 교토 의정서의 유연성 체제를 적극 활용한다는 데에는 많은 나라가 동의를 했다. 기후변화 대응에 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한다는 데 뜻을 같이한 것이다. 앞으로도 시장은 커지겠지만 걱정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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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소상쇄 Carbon offsets : 어떤 활동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에 상응하는 수준의 비용을 치르거나 감축 활동을 해서 이것을 상쇄하는 것을 말한다. 감축 프로젝트에 직접 투자하거나 감푹 프로젝트로 발행되는 배출권을 사서 이산화탄소를 상쇄할 수 있다.
- 탄소중립 Carbon neutral :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0이 됐을 때를 말한다. 즉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모두 상쇄해 배출량과 상쇄량이 정확히 일치하는 경우를 탄소중립이라고 한다.
- 탄소흡수원 Carbon sinks : 교토 의정서에 따르면 선진국들은 토양이나 숲을 이용해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 흡수원의 효과를 측정하는 방법이 꽤 복잡하기 때문에 좀더 명료해질 필요가 있다. 흡수원의 기본 원리를 식물이 자라면서 대기 중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것이라는 가정이다. 특히 산림 흡수원은 이산화탄소를 줄인다기보다 잠시 탄소를 고정하는 것일 뿐이며, 자라나는 산림(이미 조성되어 있는)이 아닌 경우에는 그 양도 그다지 많지 않다. 또 산림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고정되어 있던 이산화탄소가 다시 공기 중으로 나오게 되는 문제도 있다. 산림 탄소 흡수원에 대해서는, 산림보호는 무척 중요한 일이지만 생물종 다양성과 생태계 보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이지, 기후변화 대응책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선진국의 탄소상쇄를 위해 개발도상국에서 대규모 산람을 조성하는 산림 플랜테이션에 대해서는 거대한 수목사업으로 물 공급을 방해하고, 지역 주민을 재배치하게 하며, 유목민들을 내쫓는다는 점을 들어 '탄소 식민주의'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 카본트레이드워치 : 기후변화 대응 수단으로 시장 매커니즘을 이용하는 것이 지역 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하고, 시장의 효율성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일을 하는 활동가와 연구자들의 모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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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2010/06/23 00:18 # 삭제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cklist 2010/06/23 15:07 #
넵, 인사 남겨주셔서 저도 감사해요~
붕붕아빠 2010/12/14 10:59 # 삭제 답글
자료 감사합니다.
cklist 2010/12/18 02:35 #
넵! 댓글 인사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